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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도구 4가지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글 쓰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써야 할 때 쓰는 사람과 평소 써두는 사람이다. 쓰기 전에 쓸거리가 있는 사람은 여유가 있다. 가진 것 중에 무엇을 쓸까 즐긴다. 흥분하기까지 한다. 이에 반해 써야 할 때 찾기 시작하는 사람은 초조하다. 평소 잘 나던 생각도 나지 않는다. 가슴만 두근거리고 썼다 지웠다만 반복한다.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고, 흥분이 아니라 패닉이다. 당연히 결과도 좋지 않다.


평소에 쓴다는 것은 단지 글을 조금씩 쓴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생성, 채집, 축적해두라는 뜻이다. 써놓은 글을 평소에 조금씩 고치는 것도 포함한다. 나아가 평소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흐름 안에서 살라는 의미다. 

요즘 나는 평소에 글을 쓴다. 그래서 글 쓸 일이 있으면 들뜬다. 글을 쓰기 위해 카페에 갈 때 흥이 난다. 나가기 위해 머리 감을 때부터 머릿속에 쓸거리가 맴돈다. 이것을 쓸까 저것을 쓸까 고르는 재미가 있다. 블로그와 홈페이지에도 이미 2000개 가까운 글을 써뒀다. 나에겐 수족관이다. 검색도 가능하다. 써야 할 글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곳에 물고기가 있다. 실마리가 있으면 글쓰기는 쉽다. 


하루에 한 가지 생각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길어봐야 10분 이내다. 어떤 생각 정리는 1분도 필요하지 않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혹은 산책하면서 생각하면 된다.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쉬운 일이다.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한계가 있다. 자기 생각을 가지려면 네 가지가 필요하다. 독서, 토론, 학습, 메모다. 이것이 자기 생각을 만들어내는 도구다. 


첫째, 독서다.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자기 생각이 새롭게 만들어진 게 없으면 헛일이다. 남의 생각을 알려고 하는 독서는 부질없는 일이다. 남의 생각을 알고 싶으면 검색해보라. 독서하는 이유는 자기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다. 책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이 정리된다. 남의 생각을 빌려 자기 생각을 만드는 게 독서다. 


둘째, 토론 역시 생각을 만드는 필수 도구다. 정색하고 하는 토론 말고 회의, 토의, 대화, 잡담, 수다 등 말하고 듣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말을 하면 생각이 정리된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생각이 일목요연해진다. 또한 생각이 발전한다. 없던 생각도 만들어진다. 말하기 전에는 자기 생각이 아니다. 말을 해야 분명한 자기 생각이다. 말하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아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 수학 선생님 설명은 알아들었는데 나와서 풀어보라고 하면 못 푸는 것과 같다. 나가서 풀 수 있어야, 즉 말할 수 있어야 진짜 아는 것이고, 진정한 자기 생각이다.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말해야 한다. 들으면서도 생각이 난다. 남의 얘기를 듣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서 상대 말을 가로막고 자기 생각을 말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의 말을 들으면 생각이 난다. 그러므로 말을 많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물고기가 잡힌다. 어찌 보면 말하는 것은 내 물고기를 나눠주는 행위이고, 듣는 것은 남의 물고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셋째, 학습을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마는 배우는 것만이 학습은 아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학습이다. 호기심과 문제의식만 있으면 모든 것에서 배울 수 있다. 개그콘서트에서도 배우고 드라마에서도 배운다. 반대로, 정식 수업을 들어도 주입식으로 들으면 자기 생각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린 백(Lean back)이 아니라 린 포워드(Lean forward) 자세여야 한다. '과연 저 사람 말이 맞을까' 의문을 갖고 까칠하게 또 삐딱하게 들어야 한다. '내가 당신이라면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고 이렇게 말할 거야'라고 대들면서 들어야 한다. 내준 문제를 풀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생각이 만들어지고 진정한 학습이 이뤄진다. 



끝으로, 메모다. 독서, 토론, 학습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메모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메모하지 않은 것은 모두 잊힌다. 메모는 그 자체가 글쓰기이고 생각하는 과정이다. 메모하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메모해둔 것은 훌륭한 글감이 된다. 무엇보다 메모를 해야 하는 이유는 메모를 해야 뇌가 자꾸 새로운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메모의 가장 큰 효용은 글을 쓰게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 글쓰기에 써먹어야 한다. 그래야 메모한 이유를 뇌가 분명히 알게 되고 메모하려고 한다. 나는 글감이 생각나지 않을 때 메모해둔 것을 본다. 지금까지 메모해둔 것은 거의 글로 써먹었다. 


꽤 오래전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언젠가 극본을 쓰기로 아내와 작당했다. 역할 분담도 했다. 나는 전체 플롯을 짜고, 아내는 대사를 쓰는 것이다. 평생 드라마를 봐왔으니 못 쓸 것도 없다. 지금도 극본 쓸 생각을 하면 설렌다. 쓰고 싶은 글이기 때문이다. 쓰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없고, 써야 할 글도 아니기 때문이다. 


글 잘 쓰는 방법이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평소 쓰고 싶은 글을 쓴다. 그러면서 글쓰기 근육을 키운다. 그리고 써야할 글이 있을 때 단련된 근육을 쓴다. 나무에 빗대 얘기하면,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은 뿌리를 내리는 일이고, 써야 하는 글을 쓰는 것은 꽃과 열매를 맺는 것이다. 꽃과 열매를 맺기 위해 먼저 뿌리를 굳건히 내리자.

강원국의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당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1편 글쓰기에 저항하는 뇌, 이렇게 바꿔보라 | http://sebasi.co.kr/journal/192

2편 글 쓰는 사람은 태생이 '관종'이다 | http://www.sebasi.co.kr/journal/193 

3편 글이 정말 안 써져 막막할 때 꼭 알아야 할 7가지 방법 | http://sebasi.co.kr/journal/200

4편 어떻게 하면 글을 재미있게 쓸 것인가? | https://sebasi.co.kr/journal/206

5편 공감 수준이 글의 수준을 결정하는 이유 https://sebasi.co.kr/journal/217

6편 글 잘 쓰려면 '잘 쓴다'고 소문을 내라 https://sebasi.co.kr/journal/233

7편 하루키가 자동차 모델명까지 쓰는 까닭 https://sebasi.co.kr/journal/251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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