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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수준이 글의 수준을 결정하는 이유

"할 얘기가 있는데 퇴근 후에 술 한잔할까?"

동료의 제안에 반응은 두 갈래다.

"나 바빠. 내일 아침까지 작성해야 할 보고서가 있어"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어떤 동료는 이렇게 말한다.

"무슨 일 있어? 내일까지 보고해야 할 일이 있긴 한데, 맥주 한 잔만 할까?"


이렇게 따라 나간 사람이 맥주 한 잔만 하고 돌아온 경우를 나는 못 봤다. '이 친구 마음고생이 심하겠는데?' 그러면서 "내가 살 테니까 2차 가자"고 손을 끈다. 그럼으로써 다음 날 상사의 불호령을 예약한다.


공감 수준이 글의 수준을 결정한다


글 쓰는 사람이 흔히 범하는 잘못 중 하나는 자신에게만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점이다. 내 지식과 글솜씨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의 절반이라도 대상에 할애해야 한다. 


대상은 사람일 수도, 사물일 수도, 상황이나 문제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그것을 모른다고 전제하는 게 좋다. 그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어림짐작과 설익은 추론, 성급한 결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호기심이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관찰, 질문, 학습, 조사를 통해 대상을 파악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상에 푹 빠져야 한다. 관심을 넘어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면 모든 게 궁금해진다. 그리고 질문한다. '왜 그렇지?' 꿈에서도 나타난다. 이렇게 대상에 빠져들면, 그것의 원리, 패턴, 배경, 맥락, 본질을 꿰뚫게 된다. '아, 이거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온다. 대상에 완벽하게 공감한 상태다. 


영화 <택시 운전사> 포스터


배우 송강호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다. "배우로서의 힘은 어디서 나오느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극 중 인물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느냐에 달렸다." 극 중 인물에 빠졌다는 뜻일 게다.   


나는 공감 수준이 글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아픈 사람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으며, 불의 앞에서 분노하고, 부조리를 보면 개선하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를 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의 글은 특징이 있다.


첫째, 쓰려는 대상에 눈높이를 맞춘다. 어린아이이면 무릎을 꿇고, 장애가 있으면 어깨를 걸어 부축한다. 뿐만 아니라 대상과 함께 느낀다. 기쁜 일을 찾아 같이 기뻐해 주고, 힘들어하는 일에 함께 힘들어한다.


둘째, 내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려는 의도를 보이는 순간, 독자는 한층 더 결사 항전의 투지를 불태운다. 내가 찬성이면 반대 입장을 생각해본 후, 그것도 이런 면에서는 일리가 있다고 인정해줘야 한다. 적어도 내가 당신의 심정과 입장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객관성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대상이 처한 상황과 기대하는 바가 파악됐으면 그가 되어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스스로 연탄재가 되어 보고, 꽃이 돼 보는 것이다. 시인은 그렇게 시를 쓴다.  


주변과 타인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공감 능력은 어떻게 키울까. 독서가 지름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와 작중 인물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가 돼서 그 누구의 눈으로 생각하고 바라보게 된다. 마치 미니시리즈 주인공이 촬영을 마치고도 극 중 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독서와 함께 필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세상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에서 말한 것처럼 가까이 가야 보인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들여다보면 그곳에 어마어마한 우주가 있다. 나만 보지 않고, 중심만 좇지 말고 주변과 타인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공감 능력 없이 50년을 살았다.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던 내가 쉰 넘어 출판사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출근 첫날 자기소개를 하라고 한다. 사장 빼고 전원이 여성인 직원들 앞에 서서 살아온 과정과 포부를 얘기했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가장 고참인 듯한 분이 잠깐 보자고 한다. 나는 왠지 옥상으로 불려 나가는 기분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에 서 있던 그녀가 한마디 했다. "앞으로 그렇게 길게 말하지 마세요."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가니 직원들 눈빛이 하나같이 살벌하다.


나이 쉰이 넘어 이게 무슨 일인가. 아내와 아들이 이 장면을 보기나 한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갈증이 났다. 


터덕터덕 계단을 내려와 사무실 1층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서려는 순간, 50대 중반의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정장 차림의 그는 허공을 응시하며 보름달 빵과 딸기우유를 꾸역꾸역 목구멍에 밀어 넣고 있었다. 오전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그에게 보름달은 아침일까 점심일까.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원국의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당신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1편 글쓰기에 저항하는 뇌, 이렇게 바꿔보라 | http://sebasi.co.kr/journal/192
2편 글 쓰는 사람은 태생이 '관종'이다 | http://www.sebasi.co.kr/journal/193 
3편 글이 정말 안 써져 막막할 때 꼭 알아야 할 7가지 방법 | http://sebasi.co.kr/journal/200

4편 어떻게 하면 글을 재미있게 쓸 것인가? | https://sebasi.co.kr/journal/206



출처 : 오마이뉴스(위 글은 축약되었습니다. 전문은 왼쪽 링크로 들어가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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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강원국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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